제주에서 25년 키운 신사라, 한지가 되다… 김동호 관장의 ‘신사라 제주한지’

제주의 바람을 견디며 25년간 자란 식물이 한 장의 종이가 됐다. 한라작은마을도서관 김동호 관장이 제주에서 직접 재배한 신사라를 활용해 친환경 종이 ‘신사라 제주한지’를 제작했다. 오랜 시간 식물을 키워온 재배 과정과 제주 자연의 이야기를 종이라는 기록 매체에 담아낸 시도다.

‘신사라 제주한지’의 출발점은 김동호 관장이 25년 동안 제주에서 길러온 신사라다. 신사라는 질기고 강한 섬유질을 지닌 식물로, 과거 밧줄 등의 재료로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거친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이어가는 특성 때문에 제주 자연과 섬사람들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식물로도 이야기된다.

특히 신사라에는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며 그 꽃을 본 사람에게 평생 행운이 깃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김 관장이 오랜 기간 재배한 신사라 역시 긴 시간을 지나 꽃을 피웠다. 그는 꽃이 진 뒤 식물을 그대로 남겨두는 대신, 신사라가 지나온 시간과 이야기를 기록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 끝에 선택한 소재가 한지였다. 식물의 섬유를 종이로 만들고, 그 위에 다시 사람의 글과 그림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신사라가 가진 생명력과 시간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김동호 관장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신사라의 이야기를 오래 남길 방법을 계속 고민해왔다”며 “25년이라는 재배의 시간과 식물이 지닌 생명력을 종이에 담아 다음 세대에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사라 제주한지는 제주에서 재배된 식물을 원료로 활용해 제작된다는 점에서 지역 소재 기반 문화콘텐츠로서 의미를 갖는다. 제주에서 자란 신사라는 사람의 손을 거쳐 종이가 되고, 종이 위에는 글과 그림, 새로운 창작자의 이야기가 기록된다. 한 식물이 문화 소재로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신사라 제주한지를 구성하는 하나의 서사가 된 셈이다.

오랜 기간 기록과 서화의 매체로 사용돼 온 한지의 특성도 신사라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김 관장은 신사라의 질긴 성질을 ‘생명력’, 꽃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행운’, 종이의 기능을 ‘기억과 기록’이라는 가치로 연결했다. 신사라 제주한지에 제주 자연과 재배자의 시간, 기록 문화의 의미를 함께 담겠다는 구상이다.

활용 분야도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신사라 제주한지는 AI 아트 작품을 비롯해 편지지와 공책, 상장, 포장지, 문화예술 상품 등에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 식물에서 얻은 소재에 현대적인 디자인과 창작 콘텐츠를 접목해 제주 문화상품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편지지와 예술작품 분야에서는 신사라 꽃에 전해지는 ‘행운’의 이야기를 활용할 수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신사라 제주한지에 글을 남기거나, 제주에서의 기억을 한 장의 종이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지역의 식물과 설화적 이야기가 관광 경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소재로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동호 관장은 “신사라 제주한지가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마음을 적은 편지나 오래 간직하는 행운의 상징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제주에서 시작된 신사라의 이야기가 후손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창작자, 문화예술 분야와 활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25년간 제주 땅에서 자란 신사라는 이제 신사라 제주한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기록을 시작했다. 한 장의 종이에는 제주에서 보낸 식물의 시간과 이를 키워온 사람의 기다림이 함께 쌓여 있다. 앞으로 신사라 제주한지가 예술과 관광, 기록 분야에서 어떤 제주 이야기를 담아낼지 관심이 모인다.
 

작성 2026.07.12 23:15 수정 2026.07.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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