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사회적 책임 없는 ESG 공시를 반대한다

ESG 공시 최종안, 사회적 책임 없는 ESG 공시를 반대한다 

 

ISSB 단일 중대성 체계 그대로, 

공시의 본질인 사회적 책임은 외면 기업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배제, 

인권·노동·공급망은 '자율공시' 국제 기준은 이미 이중 중대성으로 전환, 

수출기업 이중 보고 부담 회계법인과 기관투자자 맞춤 설계, 

 

소비자 알권리와 시민사회 참여 배제 정부는 ESG 공시를 '사회적 책임 평가 지표'로 전면 재설계해야 정부와 여당은 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최종안)」 을 발표했다. 

 

▲ 2028년(FY27)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공 시를 의무화하고 

▲ 2029년 5조 원으로 확대하며 

▲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거래소 공시 단계를 생략하고 사업보고서 기재사항으로 직접 편입하는 법정공시를 즉시 시행 하는 내용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4월 14일 성명을 통해 의견수렴안(2026.2.25.)이 지속 가능성(ESG) 공시를 투자자 효용성 중심으로 축소하고 그 본질인 사회적 책임을 외면 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로드맵을 사회적 책임 체계로 재설계할 것을 촉구했다. 

최종안 에서 공시대상이 확대되고, 거래소 공시라는 우회로를 거치지 않고 자본시장법 개정 을 통해 처음부터 사업보고서 법정공시로 시행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가 4월 성명에서 촉구한 '법정공시 전환 시기의 명확화'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가 재무제표와 동일한 법적 책임 아래 놓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무엇을 중요하다고 보고 무엇을 공개할 것인가'라는 공시 철 학의 전환이라는 우리의 근본 요구 앞에서 최종안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법 정공시라는 그릇은 갖추었으되 그 안에 담기는 정보가 여전히 재무공시의 연장선으로 설계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끄는 공적 장치로 기능하기에는 부족하다. 

 

□ 공시 철학의 실종, 재무공시의 연장 ESG 공시는 단순한 자본시장 정보 제공 수단이 아니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의 이면 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 인권 침해, 노동 착취, 지역사회 피해를 드러내고 사회가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장치다. 그러나 최종안은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 산하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을 토대로 한 KSSB 공시기 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ISSB 기준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재무적 정보 만을 공시 대상으로 삼는 '단일 중대성(single materiality)' 체계로 지속가능성 공시 라기보다 재무공시의 확장에 가깝다. 

단일 중대성 체계에서는 공급망 인권 침해, 지역사회 환경 오염, 노동권 훼손은 즉각 적인 재무 영향이 입증되지 않는 한 공시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된다. 공시되는 정보의 성격이 '투자자를 위한 재무 정보'에 머무는 한 ESG 공시는 투자 리스크 관리 도구로 축소되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수익성을 보조하는 지표로 전락한다. 문제는 이러한 설계의 수혜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KSSB는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기구이며, 최종안이 예고한 파일럿테스트와 제3자 인증 제도 설계에는 회계법인 등 전문가 집단이 깊숙이 참여한다. 재무제표 회계감사와 유사한 인증이 2030년부터 의 무화되면 그 시장 역시 회계업계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국제 정합성' 을 내세워 재무공시의 틀을 답습하는 사이, 공시제도가 사회적 책임의 검증 장치가 아니라 회계업계의 새로운 업역으로 귀결되고 있다 는 비판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 야 한다. 재무 감사와 비재무 검증을 동일한 직역이 수행하는 구조는 이해충돌의 소 지도 크다. 기업의 비재무적 영역은 시민사회가 감시하고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중 중대성이라는 국제 기준과의 괴리 

유럽연합은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와 ESRS(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를 통해 기업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영향 중대성)과 해당 이슈가 기업 재무에 미치 는 영향(재무 중대성)을 함께 공시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을 법제화했다. ESG 공시를 투자 정보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공적 기준으로 재정의한 것이며 2026년부터는 비EU 기업까지 적용이 확대되어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 향을 미친다. 

이중 중대성의 선구자인 GRI 기준은 KPMG의 2024년 지속가능성 보고 조사(58개국 5,800개사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매출 상위 250대 기업의 77%가 사용하는 가장 널 리 채택된 공시 기준이며, 각국 상위 100대 기업 기준으로도 채택률이 71%로 2022 년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2025년 공시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99%가 이미 GRI를 사용했다. 즉 GRI 기반 이중 중대성은 이상론이 아니라 한국 기업 대다 수가 이미 서 있는 현실적 기반 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기업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는 ISSB 중심 단일 중대성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EU CSRD 적용 대상인 주요 대기업과 수백 개 수출 기업은 국내용 ISSB 기반 공시와 EU용 ESRS 공시를 각각 작성해야 하는 이중 보고 부담 을 떠안게 된다. 기업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설계가 정작 기업에 이중의 비용을 지우는 역설이다. 

 

□ 의무공시는 '투자자용 기후 재무정보'뿐 최종안의 이원 구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의무화하는 것은 단일 중대성 기반 기후공시다. 즉,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기후가 기업과 재무에 미치는 영향만으로 한정된다. 반면 기후 외 환경(E)과 사회(S), 거버넌스(G) 지표 그리고 기업의 활동과 성과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하는 이중 중대 성 기준의 지속가능성보고서(GRI, ESRS 등 기준)는 거래소 자율공시에 맡기고 "자율 공시 체계 정비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에 그쳤다. 자율공시 확대 방안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유인책은 공시우수법인 선 정 가점, 상장수수료 면제 등 미미한 인센티브가 전부다. 법적 의무도 제재도 검증도 없는 자율공시가 기업의 불리한 정보, 즉 공급망 인권 침해나 환경오염, 산업재해 같 은 정보의 공개를 이끌어낼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에 유리한 성과는 홍보성으 로 공개되고 불리한 영향은 침묵되는, 지금까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관행이 제도의 이름 아래 온존될 뿐이다. 소비자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이자 기업 활동의 결과를 직 접 경험하는 당사자로서 상품 이면의 환경·사회적 비용에 대해 알 권리가 있음에도 최종안 아래에서 중요한 정보들은 기업이 공개하고 싶을 때만 공개된다. 소비자의 알 권리가 기업의 재량에 종속된 것 이다. 결국 최종안은 '기업 재무에 중요한 정보는 법으로 강제하고, 사회에 중요한 정보는 기업의 선의에 맡기는' 구조다. 정부 스스로 최종안에서 ESG를 "기업윤리 영역이 아 닌 생존의 문제"로 규정했듯이, 현 ESG 공시 제도가 지키려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 한 이윤이지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아니다.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뒤로 한 채 기업의 이윤 확대와 투자 유치를 위한 도구로 ESG 공시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ESG 공시의 후퇴가 아닌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책임성 장치도 미흡하다. 

 

▲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보여주는 스코프3 공시는 3년 유예되어 2031년에야 시작되고 

▲ 도입 초기 3년간은 역사적 사실정보를 포함한 공 시정보 전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행정제재·형사처벌이 포괄적으로 면제되며 

▲ 제3자 인증은 2030년에야 의무화한다. 법정공시의 외형은 갖추되 책임은 비워 둔 설계로 공시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약화한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증할 수 없 는 공시, 책임지지 않는 공시는 공시가 아니다. 

 

□ 시민 없는 공시 거버넌스 정부는 30~40개 기관·단체의 서면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으나 정부 스스로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정보 수요 대응"을 로드맵 수정의 이유로 명시했고, 추진 방향 역시 "글 로벌 기관투자자 눈높이에 맞추어 적극적 공시로드맵 설계"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최 종안에 반영된 변경사항은 공시대상 확대와 재무보고서 동일채널·시점 공시 등 기관 투자자의 요구와 일치하는 반면, 시민사회가 요구한 공시대상의 전면 확대와 인권·사 회(S) 영역 의무화, 이중 중대성 도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령 정비, 인증제도, 공시이행지원, 금융지원 4개 분과로 구성된 실무 워킹그룹에는 관계부처, 금융기관, 회계기준원, 경제단체, 민간전문가가 망라되어 있지만 소비자단 체와 시민사회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공시의 설계부터 운영, 검증까지 전 과정에서 시민을 배제한 채 시장 참여자만으로 짜인 공시제도는 '사회가 기업을 검증한다'는 ESG 공시의 근본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 이다. □ 시장이 아닌 사회를 위한 ESG 공시여야 당정은 공시여건 성숙을 "기다리기"보다 "이끌어나가기"로 전략을 재설정했다고 밝혔 다. 그러나 그 이끎의 방향이 '투자자를 위한 재무 정보의 확대'라면, 사회 전체와 자 본시장의 ESG 수준은 오히려 퇴행할 것이다. ESG 공시는 기업의 이익을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이익이 어떤 사회적 비용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드러내는 장치이며, 기업의 사회적 면허를 검증하는 제도다. 투자자 중심 공시에 머무르는 ESG 제도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안전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소비자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소비자시민단체입니다. - 5 결국 사회적 신뢰를 잃고 더 강한 규제와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 한 것은 로드맵의 이행 속도가 아니라 공시 철학의 방향 전환이다. 

 

□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다음 사항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 

 

1. 공시 목적을 전면 재정립해 ESG 공시를 투자자 정보가 아닌 '사회적 영향과 책임 공개' 체계로 전환할 것 

2. 자본시장법 개정 과정에서 GRI·ESRS 수준의 이중 중대성 도입 로드맵을 명문화하 고 영향 중대성(Impact Materiality)을 단계적으로 반영할 것 

3. 이중 중대성 기준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자율공시에 방치하지 말고 인권·노동·공 급망 등 사회(S) 영역과 내부거래 방지·경영진 보수 등 거버넌스(G) 영역을 포함한 핵심 지표를 의무공시로 편입할 것 

4. ESG 공시를 자본시장법의 틀 안에 가두지 말고 소비자·노동자·지역사회 등 이해관 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별도 법률에 근거한 독자적인 지속가능성 보고 체계를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하고, 검증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도록 제도화할 것 

5. 스코프3 유예 단축, 과도한 면책 재검토 등 공시의 책임성과 검증 가능성을 강화 할 것 

6. 실무 워킹그룹을 포함한 공시제도의 설계·운영·검증 전 과정에 소비자단체와 시민 사회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

 

작성 2026.07.15 10:08 수정 2026.07.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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